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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의 기원 내용 정리 및 독서 후기
[ 내용 정리 ]
p15
삶은 갈등의 연속이다. 이 갈등은 인간의 양면적 모습 사이의 끝없는 줄다리기다. 무의식적이고 동물적인 우리의 “본능”이 의식적이고 합리적이고자 하는 문명인의 “이성”과 하루에도 몇 번씩, 평생 동안 충돌한다.
p16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인데, 마치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생각 혹은 가치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왜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p22
지난번에 선본 남자가 싫은 이유? “담배를 피워서”
친구들에게 이렇게 설명하고, 자신도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담배라는 이유는 자기도 모르게 만든 사후 설명일 가능성이 크다. 진짜 이유는 훨씬 원초적일 수 있다. 그의 묘한 체취라든지, 쉬지 않고 깜빡이던 눈.
만난 지 3 분 만에 내린 동물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과정은 뇌에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여자는 엉뚱한 곳에서 이유를 찾게 되고, 그러던 중 그가 피우던 담배가 떠오른다.
한 달 뒤 그 남자가 담배를 끊고 전화했다고 치자. 그래도 당연히 “NO”다. 남자는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 안 되는 게 여자라고. 그럴 수밖에. 그녀도 자신을 모른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팀 월슨(Tim Wilson)은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도 “이방인” 같은 낯선 존재라고 했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말 모르는 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멍청해서가 아니고, 우리의 많은 선택과 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머리에 떠다니는 생각은 쉽게 보이는 부분이지만, 그것이 우리 행동의 주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p28
자, 그럼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보자. 인간의 이성적 사고 대 동물적 본능. 무엇이 진짜 모습일까? 인간은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성의 역할을 상당히 과대평가하고 있다. 역으로 본능의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를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과소평가하며 산다.
p45
하지만 인간의 관점에서는 우주의 모든 것이 이유와 목적이 있어 보인다. 강물은 바다를 향해 가고, 봄비는 꽃을 피우기 위해 내리는 것 같다. 이처럼 세상만사를 어떤 원인이나 목적, 계획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관점을 철학에서는 “목적론(teleology)”이라고 한다. 자연의 그 어떤 것도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품고 있다는 생각. 이 목적론적 사고의 원조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다.
이때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이라고 보았다. 인간 행위의 종착지는 결국 행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 누군가의 계획과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인간은 더 똑똑해지기 위해 살아온 것도 아니다. 물리적 법칙과 화학 반응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우주고, 생명이고, 인간이다. 그 과정에는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다.
p49
다윈 대 아리스토텔레스. 중요한 대립이자 갈림길이다. 행복을 어디에 대입시켜 논하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결론이 나온다.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되는 철학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관점이고, 또 하나는 새롭게 개통된 진화론이라는 코스다.
거의 대부분의 행복 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로를 선택해왔다. 이 여정에서 모양을 잡은 행복론은 다분히 목적론적이고 가치지향적이다.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며, 이것은 의미 있는 삶을 통해 구현된다는 식의 생각. “도덕책 버전”의 행복론이다.
이 책에서는 “과학책 버전”의 행복을 찾아보려 한다. 좀 더 진화론적인 시각을 가지고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자.
p59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행복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행복을 뭔가를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모든 인생사가 향하는 최종 종착지로 보았다. 이 철학적 관점이 빚어낸 행복의 모습이 2천 년간 큰 흔들림 없이 유지돼왔고, 이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 오랜 관점과 진화론은 정면 대립된다. 앞서 보았듯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모든 특성은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도구다. 밀러에 의하면, 신체적 특성뿐 아니라 고차원의 정신적인 특성도 이 “생존 도구”의 역할을 한다. 마음의 정신적 산물들은 사실 몸의 번성을 위한 도구인 것이다.
행복감 또한 마음의 산물이다. 창의력과 마찬가지로 행복도 생존을 위한 중요한 쓰임새가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은 삶의 최종 목적이라는 것이 철학자들의 의견이었지만, 사실은 행복 또한 생존에 필요한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p71
그렇다. 생명체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호모사피엔스의 존재 이유도 벌, 선인장, 꽃게와 마찬가지로 생존이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이것을 행복과 연결시키면 당연하지 않은 결론이 나온다. 이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행복은 삶의 최종적인 이유도 목적도 아니고, 다만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은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p76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많은 현대인의 삶이 행복 과녁을 제대로 못 맞추는 이유가 쾌락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왜 모든 동물은 쾌와 불쾌의 잣대로 경험을 나누는 것일까? 생존과 밀접한 경정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다. 쾌와 불쾌의 신호는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기회를 포착하도록 응원한다. 뱀, 절벽, 사기꾼, 썩은 음식. 치명적인 위협들이다. 이때 우리의 뇌는 두려움이나 역겨움 같은 불쾌의 감정을 유발시켜 “위험하니 피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감정은 그 어떤 매체보다 즉각적이고 강력하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위험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비옥하지만 가보지 않은 낯선 땅, 매력적인 이성, 절벽에 붙어 있는 꿀이 가득한 벌집. 지금 당장 손에 쥐지 못한다고 실신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이런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번호표를 쥐고 기다린다고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두렵지만 길을 나서야 되고, 고단하지만 열 번을 찍어봐야 한다.
이것은 엄청난 의욕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따라서 그 노력에 상응하는 강력한 보상이 필요하다. 쾌감을 유발하는 정서들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한다. 희열, 성취감, 뿌듯함, 자신감. 이런 치명적 매력을 가진 경험을 한번 맛보면 또다시 경험하고 싶어진다. 그것을 유발시킨 모든 사건, 물체, 장소, 사람을 또 찾아나선다. 스스로 인식하든 못하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장기적인 생존 확률은 높아진다.
p77
간단히 요약하면, 쾌와 불쾌의 감정은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려주는 “생존 신호등”이다. 불쾌의 감정은 해로운 것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빨간 신호등”이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몇 번은 운 좋게 살 수 있어도 결국에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 쾌의 감정들은 “파란 신호등”이고 행복은 이런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존에 유익한 활동이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일에 계속 매진하라고 알리는 것이 쾌의 본질적 기능인 것이다.
p82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별, 짝사랑…, 인간을 시름시름 앓게 하는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하지만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기쁨 또한 사람을 통해 온다. 사랑이 싹틀 때, 오랜 이별 뒤의 만남, 칭찬과 인정 …, 그래서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이간이 치르는 가장 성대한 의식들은 사람과의 만남(결혼, 탄생) 혹은 이별(장례)을 위함인 것이다.
왜 이토록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할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막대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존. 세상에 포식자들이 있는 한, 모든 동물의 생존 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진다.
p93
초고속 승진의 기쁨. 뇌의 행복전구가 켜지는 이유는 승진 자체가 아니라 승진이 가져다주는 사람들의 축하와 인정 때문이다. 어쩌다 지구에 혼자 남게 되었다고 하자. 자랑할 사람도, 축하해주는 사람도 없는 세상에서 책상 위 화분과 단둘이 갖는 조촐한 승진 파티. 기쁘긴 커녕 눈물이 난다.
p97
사람이라는 동물은 극도로 사회적이며, 이 사회성 덕분에 놀라운 생존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뇌는 온통 사람 생각뿐이다. 희노애락의 원친은 대부분 사람이다. 또 일상의 대화를 엿들어보면 70%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p104
인생의 여러 조건들, 이를테면 돈, 건강, 종교, 학력, 지능, 성별, 나이 등을 다 고려해도 행복의 개인차 중 약 10~15% 정도밖에 예측하지 못한다. 몇 해 전 한국심리학회에서 체계적으로 조사한 한국인의 행복에 대한 결론도 이와 비슷하다.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차이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10%와 관련된 이 조건들을 얻기 위해 인생 90%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p110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것이다. 살면서 인생을 뒤집을 만한 드라마틱한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 생겨도 초기의 기쁨은 복잡한 장기적 휴유증들에 의해 상쇄되어 사라진다.
p114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정도(주관적 미모)는 행복과 관련이 있었다. 외모뿐 아니라 다른 삶의 조건(건강, 돈 등)과 행복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p122
적응이란 간단히 말하면,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다. 행복이라는 좁은 관점에서 보면 야속한 일이다. 수년 동안 몸과 약간의 용혼까지 팔아서 얻은 승진이 주는 즐거움도 불과 며칠이다. 그래서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표현이 오래 전부터 학계에서 쓰여왔다. 적응 때문에, 그 무엇을 얻어도 행복은 결국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제자리 걸음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정서의 본질적 관심사는 행복이 아닌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자원을 계속해서 더 많이 비축하고 확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승진의 즐거움은 며칠 뒤 없어져야만 한다. 그래야 과장을 단 사람이 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동메달을 딴 선수가 금메달을 위해 땀을 흘린다.
괘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과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그리고 수십 년의 연구에서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훨씬 행복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아무리 대단한 조건을 갖게 되어도, 여기에 딸려 왔던 행복감은 생존을 위해 곧 초기화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유학 시절, 지도 교수가 쓴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나는 이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p132
다시 말하지만 행복의 원인 중 사람들이 가장 과대평가하는 것이 돈과 같은 외적 조건이다. 이 챕터에서는 반대로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이 미처 생각지 않는 요인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어떤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오랫동안 행복을 연구한 석학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그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
p133
학계 정설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사실이 바로 행복과 유전의 관계다. DNA가 행복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학자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른 통계적 수치지만,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 50%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p139
외향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외향성이 높을수록 자극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는 것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외향적인 사람들이 타인을 찾는 본질적 이유가 자극 추구라는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 사실 사람만큼 “자극적인 자극”도 없다.
구체적인 이유야 무엇이든 외향성은 한마디로 “사람쟁이” 성격이다.
p141
그러나 외향성이라는 것은 심리학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개개인에게 붙여놓은 일종의 명찰일 뿐, 그 때문에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그 명찰이 붙은 사람들이 가진 독보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사회성이다.
사회적 경험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식물에 있어 광합성만큼 중요하다.
우선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과 같이 보내는 사회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의 타고난 기질이 어떻든,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든,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p144
외향적인 사람이든 내향적인 사람이든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은 똑같다. 사람들이 즐겁게 모여 있는 정상. 이 둘의 차이는 얼마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오르느냐다. 외향적인 사람의 가방은 가볍지만, 내향적인 사람의 가방은 어색함, 스트레스, 두려움 등으로 무겁다. 그래서 중턱쯤에서 되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결국 산 정상에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 있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이 산보다 바다를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이 “가벼운 짐”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태어난 큰 유전적 혜택이다. 유전자는 공평이라는 단어를 모른다. 그러나 짐이 묵직해도 힘을 내 올라갈 필요가 있다.
p150
사회적 경험은 왜 이토록 중요한 행복의 조건일까?
인간은 동물이라는 사실로 되돌아가보자. 쾌감 같은 긍적적 정서의 기능은 동물이 자신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환경이나 자원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뇌는 마치 동전탐지기처럼 생존에 필요한 자원으로 우리를 유도하는데, 생존에 절대적인 자원일수록 그것에 근접할 때 신호(쾌감)가 강렬하게 울리는 것이다.
왜 사람이 행복에 그토록 중요할까? 뇌는 우리의 행복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 우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도록 하기 위해 뇌는 설계되었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뇌는 사람이라는 생존 필수품과 대화하고 손잡고 사랑할 때 쾌감이라는 전구를 켜도록 설계된 것이다.
p164
사람은 음식만큼 중요하 생존 자원이기에 이에 대한 감정적 반응 역시 강력하다. 그리고 음식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양날의 검과 같은 속성이 있다. 좋은 사람과 대화하고 놀고 손잡는 것만큼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것도 없지만, 역으로 사람만큼 스트레스와 불쾌감을 주는 자극도 없다. 나를 배척시키고,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사람은 가장 절대적인 행복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p166
이런 획일적인 사고는 행복에 큰 타격을 준다. 마치 행복에도 정답이 있고, 이는 몇 개의 잣대로 압축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좋은 대학 간판, 대기업 명함, 높은 연봉. 이런 조건들을 갖추지 못한 인상은 왠지 “행복 시험”에서 낙제한 것 같은, 그래서 불행한 삶이라는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 문화의 이런 획일적인 사고는 개인의 자유감을 저하시키고, 더 나아가 행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문화적 분위기가 심리적 자유감을 무조건 박탈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시건에 얼마나 신경을 쓰며 사느냐다.
물론 사회의 일원으로 살며 타인의 평가와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인생의 유일한 나침판이 되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그에 대한 타인의 반응이 더 중요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삶을 경험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살게 된다.
p168
이렇듯 과도한 타인 의식은 집단주의 문화의 행복감을 낮춘다. 행복의 중요 요건 중 하나는 내 삶의 주인이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p171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 내가 에스프레소가 좋은 이유를 남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p172
본인의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사랑보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그의 행복도는 낮다. 반대로 사랑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사람일수록 행복하다.
과도한 물질주의와 행복 간의 마찰은 왜 일어날까? 그 이유가 중요하다. 호모사피엔스에게 다른 사람이 그토록 중요했던 이유는 생존 과정에서 타인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즉, 타인은 나의 불충분함을 메워주는 절대적 존재였다.
하지만 약 3천 년 전 인류가 돈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면서부터 인간의 나약함을 보완해줄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겨났다. 즉, 예전에는 생존 보호 장치가 사람뿐이었지만, 문명생활을 하면서부터 돈이 그 역할을 분담하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다 떨어졌을 때 사냥 잘하는 친구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지금은 돈을 가지고 마트에 가면 된다.
그래서인지 앞서 언급했듯 돈에 대한 생각을 할수록 사람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다고 한다.
p175
과도한 물질주의는 행복에 치명적인 결과를 준다. 행복전구를 가장 확실하게 켜지도록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돈에 집착할수록, 정작 행복의 원천이 되는 사람으로부터는 멀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p176
과도한 타인 의식의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사람과의 관계를 즐겁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은 행복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사람이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지만, 여기서 중요한 전제 조건은 그 만남들이 나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줄 때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행복에 필요한 한정된 자원(입시, 승진 등)을 놓고 다투는 경쟁자로 생각하다 보면, 타인에 대한 불신과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누구 떡이 더 큰지 항상 비교하게 되고, 방심하면 남에게 당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게 된다.
p177
친구가 무조건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몇 명의 “진짜 친구”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유감의 중요성이 또다시 등장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p180
사람은 행복의 절대 조건이지만,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남을 “위해”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각자가 가진 독특한 꿈. 가치와 이상을 있는 그대로 서로 존중하며 이해하는 것. 이것이 사람과 “함께” 사는 모습이다. 그래야 사람의 가장 단맛을 서로 느끼며 살 수 있다.
p183
과학자들이 쓰는 용어 중에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표현이 있다.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였던 오컴의 이름에서 탄생한 이 용어는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필요 이상의 가정과 개념들은 베어낼 필요가 있따는 권고로 쓰인다. 사고의 절약을 요구하는 이 원리는 좋은 과학 이론의 기본 지침이다.
p188
그동안 우리는 내일이 없이 즐겁게 사는 여름 베짱이를 한심하게 생각하도록 세뇌받고 살았다. 두 가지 염려 때문에. 첫째, 쾌락주의자들의 즐거움은 저급하다. 둘째, 그런 삶의 말로는 함심할 것이다. 둘 다 근거없는 염려다. 세상 모든 베짱이들이 루저가 된다는 증거는 없다. 수많은 최근 연구들에서 나오는 결론은 오히려 그 반대다.
행복한 사람들을 오랜 시간 추적한 연구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일수록 미래에 더 건강해지고, 직장에서 더 성공하며, 사회적 관계도 윤택해지고, 더 건강한 시민의식을 갖게 된다.
이런 연구들에서 어떤 사람을 “행복한 사람”으로 정의했을까? 남의 칭송과 칭찬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서 긍정적인 정서(기쁨 등)를 남보다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다. 즉, 우리가 온갖 오명을 씌우는 쾌락주의자들의 모습이다. 하루를 보면 이들의 삶이 조금 어설퍼 보일지 몰라도, 10년 뒤는 이야기가 다르다.
p189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행복에 대한 두 가지 생각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우선,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을 자주 하라는 처방을 내리는 의사는 없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지침들은 대부분 그렇다. “불행하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이다. 불행한 사람에게 생각을 바꾸라는 것은 손에 못이 박힌 사람에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을 통해 바뀌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생각이다. 행복의 핵심인 고통과 쾌락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니다.
둘째, 행복에 대한 이해는 곧 인간이라는 동물이 왜 쾌감을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것과 직결된다. 인간만큼 쾌감을 다양한 곳에서 느끼는 동물이 없다. 쇼팽과 셰익스피어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쾌감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진화의 여정에서 쾌감이라는 경험이 탄생한 이유 자체가 두 자원(생존과 번식)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 독서 후기 ]
이번에 읽은 책은 행복의 기원이다. 이 책에서 행복에 대해 진화론적 관점에서 풀고 있는데,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므로,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행복은 삶의 최종적인 이유도 목적도 아니고, 생존을 위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 행복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활동을 지속시켜 주는 쾌락의 보상 중 하나이고, 계속해서 행복을 주는 요소들을 찾아가면 장기적인 생존 확률을 높여준다.
- 행복을 느끼려면 주변 동료들과의 사회적 관계가 중요한데, 이는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생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렇게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몇 가지 지침 또한 제공해주었다.
- 모든 쾌락은 금방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큰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 행복하려면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가 중요하며, 돈이나 학력과 같은 인생의 조건들은 행복의 10% 밖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과 같이 보내는 사회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작년에 개인적으로 정리했던 생각들이 있었는데, 이 책이 그 내용들을 잘 뒷받침해줘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것은 바로 현재의 회사 생활과 만족감에 대한 얘기이다. 나는 작년 하반기에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토스로 이직을 했다. 어느덧 토스 생활이 반년을 향해 가고 있는데, 솔직히 얘기하자면 (토스에 뛰어나신 분들이 매우 많지만) 토스 생활로 인해 시야는 넓어졌어도 특별한 성장 요소가 되었던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기술적 범위나 도구가 제한되는 경향이 더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이 회사 생활이 더 높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정리해 보았는데, 토스에서 더 많은 사회적 활동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네이버 클라우드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고, 그에 따라 만들어진 유대감으로 인해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없었는데, 이 책이 그 생각을 잘 지탱해주는 것 같다.
또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역시나 “정상의 위치에 오르는 것”도 대단하지만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 내지는 “꾸준함”이 훨씬 대단하다는 것이다. 책의 일부로 “쾌락에 적응한다”는 내용이 있다. 정상의 위치에 오르면 그 이상의 쾌락이 없기 때문에 동기부여나 목표 등의 관점에서 방향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정상의 위치에 있으려면 생존 활동을 계속해야 할텐데, 그런 관점에서 역시 꾸준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라는 내용이 있다. 이를 명심하고 하루하루 꾸준히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삶을 만들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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