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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내용 정리
[ 1. 소설가는 포용적인 인종인가 ]
소설 한 편을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뛰어난 소설 한 편을 써내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간단한 일이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못 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특별한 자격 같은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아마도 ‘재능’과는 좀 다른 것이겠지요.
자, 그런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분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단 한 가지, 실제로 물에 뛰어들어 과연 떠오르는지 가라앉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 2. 소설가가 된 무렵 ]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소중히 여겨온 것은(그리고 지금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는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라는 솔직한 인식입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그 기회를 붙잡았고, 또한 적지 않은 행운의 덕도 있어서 이렇게 소설가가 됐습니다.
[ 5. 자, 뭘 써야 할까? ]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그의 작품은 ‘초기 쪽이 좋다’는게 일단 통상적인 정설입니다. 후기 작품으로 들어가면 잘 쓰기는 잘 썼지만 소설로서의 잠재력은 얼마간 떨어졌고 문장에서도 이전만큼의 선명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건 역시 헤밍웨이라는 사람이 소재에서 힘을 얻어 스토리를 써나가는 유형의 작가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자원해서 전쟁에 참가하고(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 미국에서 사냥이며 낚시를 하고, 투우에 빠져드는 생활을 계속 했는지도 모릅니다. 항상 외적인 자극이 필요했던 것이겠지요. 그런 삶의 방식은 하나의 전설이 되기는 하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체험이 부여해주는 다이너미즘은 역시 조금씩 저하합니다.
그에 비해 묵직한 소재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내측에서 스토리를 짜낼 수 있는 작가라면 도리어 편할지도 모릅니다. 자기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나 매일매일 눈에 들어오는 광경,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소재로서 자신 안에 받아들이고 상상력을 구사하여 그런 소재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의 스토리를 꾸며나가면 됩니다. 아, 이건 말하자면 ‘자연 재생 에너지’같은 것이군요. 굳이 전쟁터에 나갈 필요도 없고 투우를 경험할 필요도 치타나 표범을 향해 총을 쏠 필요도 없습니다.
[ 6.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 - 장편소설 쓰기기 ]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 맥 화면으로 말하자면 대략 두 화면 반이지만, 옛날부터의 습관으로 200자 원고지로 계산합니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 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은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내가 생각건대, 읽은 사람이 어떤 부분에 대해 지적할 때, 지적의 방향성은 어찌 됐건, 거기에는 뭔가 문제가 내포된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아무리 ‘잘 썼다’ ‘완벽하다’라고 생각해도 거기에는 좀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퇴고 단계에서는 자존심이나 자부심 따위는 최대한 내던져버리고 달아오른 머리를 적정하게 식히려고 노력합니다.
작품을 쓰는 동안에는 주위에서 들어오는 비평, 조언은 가능한 한 허심탄회하게, 겸허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옛날부터의 나의 지론입니다.
나는 소설가로서 오래도록 일해왔지만, 솔직히 말해 담당 편집자 중에는 ‘조금 안 맞는다’ 싶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나쁘지 않고, 다른 작가에게는 좋은 편집자였는지도 모르나 단지 내 작품의 편집자로서는 상성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라는 얘기입니다. 그런 사람이 제시하는 의견은 나로서는 약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솔직히 말해서) 신경에 거슬렸습니다. 화가 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서로 간에 업무상 하는 일이니 좋게 좋게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장편소설을 쓸 때의 일인데 나는 원고 단계에서 ‘조금 안 맞는’ 편집자가 지적한 부분을 모조리 뜯어고쳤습니다. 단지 대부분 그사람의 조언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고쳤습니다. 이를테면 ‘이곳은 길게 늘리는 게 좋겠다’고 말한 부분은 짧게 줄이고 ‘여기는 짧게 줄이는 편이 좋겠다’고 말한 부분은 길게 늘린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난폭한 얘기지만 그래도 그 수정은 결과적으로 잘되었습니다. 작품은 그걸로 좀 더 뛰어난 것이 되었습니다. 즉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그 편집자는 나에게 유용한 편집자였던 것입니다. 적어도 ‘듣기 좋은 말’만 하는 편집자보다는 훨씬 도움이 되었습니다.
[ 제 7회 한없이 개인적이고 피지컬한 업 ]
삼십 년이라면 상당히 긴 세월입니다. 그만한 세월 동안 줄곧 한 가지 습관을 변함없이 유지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가. 달린다는 행위가 몇 가지 ‘내가 이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표상하는 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 별로 달리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이건 내 인생에서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라고 나 자신에게 되뇌면서, 이래저래 따질 것 없이 그냥 달렸습니다.
망설임을 헤쳐 나가고, 엄격한 비판 세례를 받고, 친한 사람에게 배반을 당하고,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고, 어느 때는 자신감을 잃고 어느 때는 자신감이 지나쳐 실패를 하고, 아무튼 온갖 현실적인 장애를 맞닥뜨리ㅕ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소설이라는 것을 계속 쓰려고 하는 의지의 견고함입니다.
그리고 그 강고한 의지를 장기간에 걸쳐 지속시키려고 하면 아무래도 삶의 방식 그 자체의 퀄리티가 문제가 됩니다. 일단은 만전을 기하며 살아갈 것. ‘만전을 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다시 말해 영혼을 담는 ‘틀’인 육체를 어느 정도 확립하고 그것을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 이라는 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경우) 지겨울 만큼 질질 끄는 장기전입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육체를 잘 유지해나가는 노력 없이, 의지만을 혹은 영혼만을 전향적으로 강고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육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힘은 균형 있게 양립하도록 해야 합니다. 싸움이 장기적일수록 이 이론은 보다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 제 9회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 ]
단지 내가 작가가 되고 정기적으로 책이 출간되는 동안에 한 가지 몸으로 배운 교훈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쓰든 결국 어디선가는 나쁜 말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긴 소설을 쓰면 ‘너무 길다.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반으로 줄여도 충분하다’라고 하고, 짧은 소설을 쓰면 ‘내용이 얄팍하다. 엉성하다. 명백히 태만한 티가 난다’라고 합니다.
불평을 늘어놓는 쪽에서야 간단하겠지만 그런 말을 듣는 쪽에서는 일일이 진지하게 상대했다가는 우선 몸이 당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절로 ‘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쁜 말을 들을 거라면 아무튼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대로 쓰자’라고 하게 됩니다.
[ 제 11회 해외에 나간다. 새로운 프런티어 ]
단지 내가 작가가 되고 정기적으로 책이 출간되는 동안에 한 가지 몸으로 배운 교훈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쓰든 결국 어디선가는 나쁜 말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긴 소설을 쓰면 ‘너무 길다.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반으로 줄여도 충분하다’라고 하고, 짧은 소설을 쓰면 ‘내용이 얄팍하다. 엉성하다. 명백히 태만한 티가 난다’라고 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많은 사람을 짧은 기간 동안 속이는 건 가능하다. 몇몇 사람을 오랜 기간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오랜 기간 속일 수는 없다’라고. 소설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시간에 의해 증명되는 것, 시간에 의해서만 증명되는 것이 이 세상에는 아주 많습니다.
2.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독서 후기
얼마만의 수필 혹은 에세이인지 모를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접한 분야이다. 나의 경우 사실 책을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나마 꾸준히 생존을 위해 읽는 책은 자기개발서가 대부분이다. 하여 이 책의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은 물론이거니와 그 자체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의 인생 밖에 모르는 나의 시야를 보다 넓혀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관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먼저 꾸준함의 가치에 대한 부분이다. 비단 개발자의 인생이 아니더라도 나는 꾸준함의 가치를 매우 중요시 여기는데, 먼저 꾸준함 없이는 원하는 것을 얻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수 연습생들은 엄청나게 긴 연습 생활 동안 꾸준히 연습해야만 결실을 얻을 수 있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이탈하면 빛을 볼 수 없다. 프로게이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기간 연습하고 어느 정도 실력이 오른 뒤에야 정식으로 경기에서 본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뛰어난 재능이 있다면, 어느 정도 노력 그리고 꾸준함을 앞질러 빠르게 데뷔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재능만 뛰어난 게이머의 경우 우승을 1번 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이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흔히 어떤 분여에서 GOAT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뛰어난 재능 뿐만 아니라 꾸준한 노력을 모두 겸비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꾸준함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꾸준함을 갖는 것 역시도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꾸준한 사람을 리스펙하고, 그들은 사람들은 결국 원하는 것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무언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원하는 결과를 못했다고 하더라도, 참고 인내하면 결국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특히나 취업 그리고 이직이 힘든 요즘 시기에 말이다.
그 외에도 취업은 운칠기삼이라는 마인드를 가진 나와, 소설가가 되기에 있어 행운의 덕이 있었다고 여기는 부분 역시 일맹상통하여 흥미로웠다. 이 세상에는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회사의 공고가 내가 취업 준비를 하는 시기에 뜨는 것은 내가 제어할 수 없으며, 그저 행운에 맡겨야 한다. 뿐만 아니라 면접관이 내가 준비한 예상 질문을 그대로 해주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혹은 면접 이전에 장애가 발생해서 지원자에게 비관적인 시선이 이어졌다던지, 이러한 부분은 제어할 수 없다. 이러한 많은 경우들이 맞아 떨어져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은 꽤나 희박한 확률일 수 있기에, 나는 이러한 것들에 운이 큰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어 가능한 영역 역시 많기에, 우리가 해야할 것은 제어 가능한 곳에서 그 가능성을 최대치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면접 이전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면접관이 물어볼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미친듯이 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그 운이 나에게 작용될 확률을 높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높이려면 결국 꾸준함이 필요한 것이고.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생 그리고 그가 갖는 인생에 대한 가치 등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소설을 접하고 읽었으면 더욱 재미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흥미롭게 읽었다. 시간이 나고, 다른 직업의 삶이 궁금할 때 한 번쯤 분위기 전환용으로 집어보기 적당했던 것 같다.
별개로 최근에 드는 생각인데, 어느 정도 가치관이 정립된 상황에서는 듣고 싶은 정보만 듣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움이 생긴다. 가령 이런 것이다. "꾸준함이 필요하다"라는 맥락의 정보를 접하면 공감하다가, "꾸준함보다는 재능이 필요하다"라는 정보를 접하면 일단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 맥락에서 어떠한 의도로 나온 얘기인지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그 전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이로 인해 원하고 공감하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수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가운데, 이러한 부분에 매혹되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를 경계하고 자각하며 정보를 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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